'유익한공간'에 해당되는 글 1건

  1. 유익한 공간 2010.06.30

유익한 공간

from text 2010. 6. 30. 22:13
퇴근길에 교통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강남대로의 성난 차들을 뚫고 강남역 번화가의 인파를 헤치며
구불구불하고 경사 급한 언덕을 구렁이 담 타듯이 올라가 무사도착한 북카페『유익한 공간』

마른비를 맞으며 비오듯 땀을 흘려 친구와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2층 화장실에 들러 
(습한 날씨에 좀 더 흡한속건성이 나은 옷을 입지 않은 걸 후회하며)
대충 비와 땀을 씻어냈다.

이 곳에서 여행지에서 알게 된 미나양이 티벳 관련 사진전을 하고 있다.
미나양과 미나양 친구, (나와 여행길을 3주정도 동행한)영실이, 
영실이가 가끔 말했던 영실이 교회 누나가 먼저 와 있었다.

「오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어」영실이가 말했다.
「입고 온 바지 좀 봐」미나가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갔기에 위는 져지를 입었고 아래는 니커를 입고 있었다.

「그래도 쫄바진 아니잖아. 아무튼 방갑네, 휴 덥다」

그 후 자전거 라이더라면 오는데 얼마가 걸렸나, 위험하진 않나, 
집이 어디지 같은 자주 받는 질문에 조건반사적 대답을 하고 아이스 티 한잔을 주문했다.

도착하자마자 2층 화장실에 올라가는데, 점원 둘이 뒤에서 「손님인가?」라고 말을 주고 받길래 
헬멧에 땀범벅인 모습에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뒤돌아 웃으며 「손님 맞아요」 했는데

아이스티 주문 후 40분이 지나도록 아이스티가 나오지 않았다.

미나양이 다시 주문해서 받아 먹게 된 아이스티를 한숨에 들이켰다.






일반 주택을 개조한 듯하고 은은한 조명만큼 편안한 분위기가 감도는 북카페다.
미나양이 설명한 바로는 잡지  Ue(유이)를 발간하는 곳에서 운영하는 곳이란다.

이 곳에서 나는 수익금은 모두 아동구호활동에 쓰인다고 한다.

강남역 근처에 자리잡긴했지만 역삼동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겠지만
내 입장에선 오히려 자전거 타고 와 조용히 쉴 수 있을 것 같다.







실외에 앉아 있는데 사나운 모기들이 달려들어 자리를 실내로 옮겼다.
그러고 피자를 시켰는데, 이번에도 30분이 지나도록 음식이 나오지 않아 확인해보니
주문이 들어가지 않았단다.

난 정말 손님으로 보이지 않았던건가.

주문 후 음식이 제때 나오진 않았지만, 적당한 가격에 그만한 (내가 좋아하는 얇은 류의) 피자는 만족스러웠다.
저녁때 들러 한끼 식사로 괜찮을 것 같아 기부도 할 겸 가끔 갈 것 같다.

미나양이 준비한 사진전으로 방문했는데, 회사 퇴근 후 어둑시근한 저녁에 도착해서 밥만 먹고 말만 나누고
정작 사진은 유심히 보지 못했다.

미나양은 사진전이 끝나는대로 7명의 자원봉사자들을 이끌고 다음달 초순에 인도로 들어간다.

「멀리 인도까지 가서 티벳을 위한 자원봉사가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질문에 웃음으로 넘기던 미나양에게 대답을 듣진 못했고

내 깜냥으로 그 희생을 이해한다고 말할수도 없지만,
분명한 건 남을 위해 사는 그대는 충분히 멋있고, 즐거워보인다.
그리고 
내가 단지  바라는 것은 그저 즐겁고 무탈하게 생활하라는 것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