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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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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text 2011. 6. 27. 18:06
전자 기계를 사용하기에 앞서 언제나 당혹감이 먼저든다.
써보지 못한 사람은 전원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은 제품도 있다.
(시대흐름에 뒤져서 그런거라면, 이게 바로 시대유감인듯)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반나절 설명서를 읽고나면, 대충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지만
망가졌을때의 대처 방법은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지 않으며,
설명서 끝부분에 문제발생시 확인해볼 몇가지 방법이 설명되어 있지만,
그 몇 장을 요약해보면 사실상 그만 읽고, 가까운 AS 센터로 빨리 가라는 말이다.

작동 불능에 빠진 전자기계를 바라보며,
나는 고쳐볼 엄두가 나지 않아 무력하다.

망가진 장난감을 보며, 우는 아이가 된 기분.

전자 기계의 편리함 속에 웃고 있는 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일뿐인가.
라는 자의식 과잉적 패배감을 먹고 있는 건가 싶다.


20세기 중반 이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며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기계의 부품과 작동 원리를 이해하며 쓰는 시대는 지났다.

내내 그런 기계를 별 생각없이 잘만 써왔건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오늘내일 하는 환자같은 모습으로 날 애태우는
노트북을 내가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근 7년이 다되도록 써왔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기계라니.

가끔은 내 손에 쥐어진 이 도구가, 전자 기계가, 저장된 데이터를 중앙연산처리하는 기능을 가진 지능로봇이
국어사전 속 개념의 생명이 아닌 다른 의미로서의 명을 가진, 흡사 삶과 죽음이 있는 건 아닌가 몸서리처진다.
진짜 죽어라 일만 시켰는데..

그래도 이 기계없이는 돈벌이도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지도 모르기에
부랴부랴 새 기계로 어제 주문했다.

오늘 오전 주문하신 상품이 발송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개인적으로 주파수를 이용하여, 문자와 그림이 전송되고 수신되는 방식을 알고 싶다.
 주파수를 타고 들어온 전기신호가 어찌 다시 문자와 그림과 영상이 되는가,
 고유의 주파수는 바둑돌의 흰검돌처럼 절대 섞이지 않는거라면, 주파수 속 전기신호는 안전하다고 보는건가)  

아무튼 내 노트북은 이렇게 교체된다.
몇 일 전에 회사에서 그만 둔 사람을 대신할 사람이 오늘 왔다.
아무런 일 없듯이 모두들 그렇게 그 자리를 앉고 일어나고 앉았다가 사라지고 다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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